바다의 산성화가 초래한 위기
역사적으로 17세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기의 시대였습니다. 그 위기의 근본 원인은 차가운 날씨가 계속되는 기후변화, 즉 소빙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랭화로 인해 대기 중의 CO2 함량은 평균치인 280ppm에서 17세기에는 270ppm으로 약 10ppm 낮아졌습니다.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기 중의 CO2 함량은 이렇게 조금만 변화해도 엄청난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세기에만 대기 중의 CO2는 무려 100ppm이나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과연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목차
바닷물 산성화, 무엇이 문제일까?
온실가스 CO2에 의해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은 바다입니다. 바다는 대기와 접해 있기에 대기 중의 CO2는 바다에 녹아들어 가거나 혹은 바다에서 대기로 나오며 끊임없이 순환합니다. 이렇게 바다에 녹아들어 가고 또다시 대기로 배출되는 양이 균형을 이루며 지난 수천 년 간 유지해온 대기 중의 CO2 농도는 280ppm이었습니다. 원래 기온이 높아지면 바다에서 대기로 나오는 CO2의 양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워낙 대기 중의 CO2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바다는 오히려 대기로 내보내는 CO2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의 약 1/3~1/2은 바다가 흡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탄소만 놓고 생각해도 약 20억 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측면에서는 바다가 이만큼이나 CO2를 흡수해 대기 중의 농도를 줄여주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바닷물 자체의 산성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닷물 산성화는 어쩌면 기후변화보다 더 심각한 재앙일 수도 있습니다.
탄산칼슘(CaCO3) 성분으로 이루어진 바위를 석회암이라 부르는데,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암석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육지와 마찬가지로 해저에도 다량의 석회암이 존재합니다. 이로부터 용출된 탄산이온에 의해 바닷물의 pH는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전체적으로 약알칼리성인 8.179 정도의 값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값이 8.104로 낮아졌습니다. 이는 지난 3억 년 동안 진행된 바닷물의 산성화 정도를 능가하는 수치입니다. 바닷물 속에 점점 더 그 함량이 늘어나고 있는 이산화탄소(CO2)가 수소이온(H+) 농도를 낮추어주는 탄산이온을 소모하므로 결국 바닷물의 산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바닷물의 산성화란 바닷물의 염기성이 좀 덜해지거나 혹은 중성에 가까워지고 있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 그리고 이 온실가스를 균형에 맞지 않게 바다가 흡수해버려 생긴 이상현상입니다. pH값이 0.1 낮아졌다는 사실은 바닷물 중의 수소이온(H+)의 농도가 약 25%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 CO2가 배출될 경우 2050년에는 바닷물의 pH값이 약 0.23 정도, 그리고 2100년에는 약 0.3~0.5 정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바닷물의 산성화가 지구환경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최근 많은 과학자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데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는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입니다.
CO2가스는 궁극적으로 석회석 성분 중의 탄산이온을 소모시키는데 문제는 바다에 살고 있는 모든 조개류의 껍데기가 다름 아닌 석회석이라는 사실입니다. 산성화 된 바닷물이 조개류의 껍질 생성을 방해하거나 조개류의 껍질을 녹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가 문명이란 이름으로 배출하고 있는 CO2가 해양 생태계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과학자들이 수족관 안의 바닷물을 금세기 후반에 나타날 산성도를 띠도록 하고 수조에 바다달팽이를 넣고 실험을 했습니다. 바다달팽이의 껍데기는 몇 시간 안에 곰보처럼 변하다가 이틀이 지나기 전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는데, 이 실험 결과는 바닷물의 산성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머지않아 바다달팽이는 멸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바다달팽이가 어류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바다생물들의 주요 먹잇감이라는 사실입니다.
마치며
지난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며칠 앞두고 8개국 26명의 기후학자들은 코펜하겐 진단서를 통해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해수 산성화 등의 부정적인 환경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해수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해양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바닷물의 산성화가 초래하는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무언가 큰 변화가 반드시 일어날 것이며, 인류는 이를 알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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