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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식목일의 중요성

by 정보모우미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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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2018년 4월 5일 간단한 실험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제작진은 서울 도심에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PM2.5 농도를 측정했는데, '나쁨' 수준인 44㎍/㎥로 나타났습니다. 그 도로 옆에 소나무 열 그루 정도가 있는 공터에서는 33㎍/㎥로 측정됐고, 인근에 있는 숲에서는 29㎍/㎥로 나타났습니다. 나무가 많을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측정된 것입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속
숲속 (출처 flickr)

 

 

2016년 산림청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으로 적은 듯싶지만, 이러한 나무가 모이면 큰 효과를 내게 됩니다. 나무 한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대략 3kg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2017년 국립 산림과학원이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초등학교 주변과 홍릉숲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해 비교한 결과, 숲이 도심의 PM10 농도를 25.6%, PM2.5 농도는 0.9%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립 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1ha 헥타르의 숲은 연간 168kg의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천연 공기청정기인 것입니다.

 

대기 오염이 심각한 멕시코에서는 해마다 2만 명이 대기 오염으로 숨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멕시코시티는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고가도로 기둥을 식물로 만들었습니다. 또 4층 높이의 식물 아치도 도심의 도로 곳곳에 세워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매년 3월 12일을 식수절로 삼고 나무를 심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평소 나무 심기를 장려한 쑨원이 사망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식수절로 삼았습니다.

 

우리나라도 1949년부터 4월 5일을 식목일로 제정해 매년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식목일이 되면 학생들과 군인들 그밖에 사람들은 나무 심기에 동원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2006년 식목일부터 이름만 남고 공휴일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나무를 심는 행사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나무를 심고 가꾼 결과 맨살이 드러난 민둥산은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람이 사는 도시에는 나무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 도시의 숲 면적은 런던이나 뉴욕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2015년 기준 1인당 도시 숲 면적은 9.9㎡인데, 영국 런던의 1인당 도심 숲 면적은 27㎡ 고 미국 뉴욕은 23㎡입니다.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아파트를 짓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의 건강을 위해 숲을 조성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빈터가 없다면 건물 옥상과 같은 자투리 공간에라도 나무를 심어야 한다.

 

과거의 아파트는 옥상을 여러 가지 안전상의 이유로 막거나, 초록색의 방수공사만 해놓고 덩그러니 방치해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의 아파트도 그러하지만, 점차 옥상에 안전펜스 등을 설치하고, 정원을 가꾸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고, 주차장을 전면 지하로 만들면서 지상공간에는 정원이나, 놀이터 등을 가꿔놓아 보다 숲 친화적인 아파트로 바뀌는 추세이긴 합니다.

 

과거의 식목일과 같이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실천법을 정부가 기획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국가사업이나 연구과제 등으로 이어지도록 독려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독일, 한국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쓴 글로벌 테크, 7가지 욕망을 읽다에는 시티 트리라는 프로젝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친환경 스타트업 그린시티 솔루션은 초록색 이끼를 덮어놓은 4m 높이에 사각형 틀을 제작해 거리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도심의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이산화질소와 오존 등 공기 중의 유해성분을 정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 업체는 태양 전지로 작동하는 시티 트리 한 개로 나무 275그루의 용기 정화효과를 볼 수 있으며, 하루에 250g의 대기 오염물질과 24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 제품 한 개의 가격은 약 2,800만 원으로 비싸지만 효과와 유지 비용 면에서 그 값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옥외 광고판이나 와이파이존 등 다양한 면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베를린, 파리, 브뤼셀, 오슬로, 홍콩 등 20여 개 도시에 시티 트리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미 배출된 매연을 활용한 아이디어도 사업으로 연결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MIT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미디어랩이 배출한 스타트업 그래 비키 랩스는 대기 오염의 원인 중 하나인 디젤엔진의 매연 분진을 모아 잉크를 만들었습니다. 제품 이름은 에어 잉크로 매연을 필터링해서 채취한 탄소로 만든 잉크입니다. 이 제품은 타임지가 2019년 선정한 최고 혁신 기술로도 뽑혔습니다.

 

스웨덴 핀테크 스타트업 도코노미는 마스터카드와 협업해 세계 최초 탄소 배출 한도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일반 신용카드 뒷면에는 까만 선 마그네틱이 있는데, 이 선을 없애고 카드 전체를 에어 잉크로 디자인한 것입니다. 이 카드에는 독특한 기능이 있는데, 사용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그 물건의 탄소량을 앱으로 알려주고 누적된 탄소 배출량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카드 사용이 자동으로 중지되는 것입니다. 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공기 정화와 지구 온난화 저지에 기여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2021년 5월 17일 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 한 장이 큰 파문을 불러왔습니다. 강원도 홍천군과 충북 제천시에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다 잘려나가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난 민둥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산림청이 2021년 1월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추진전략과 관련이 깊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탄소 흡수량이 적은 늙은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탄소 흡수량이 많은 어린나무를 심겠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침엽수는 30살, 활엽수는 20살을 넘기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므로 이들 나무 3억 그루를 뽑아내고 앞으로 30년 동안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3,400만 톤의 탄소를 줄이겠다는 논리입니다. 이른바 30억 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로,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해 울창한 숲을 없앴다는 것이 사진의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산림청은 싹쓸이 벌목은 오래전부터 해왔던 산림경영 기법일 뿐이고, 탄소 중립 추진전략은 아직 실행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즉 사진 속 싹쓸이 벌목은 산을 소유한 주인이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벌목했으며, 산림청의 탄소 중립을 위한 벌목과는 무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벌목이 탄소 중립을 목적으로 했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산림청의 논리와 정반대로 나무가 늙을수록 탄소 흡수력이 더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학 저널 네이처는 2014년 1월 미국 서부생태연구센터 연구팀의 여섯 개 대륙 403종의 나무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대형 고목 한 그루가 중형 숲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큰 나무 한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중간 크기 나무 수백 그루의 숲과 같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큰 나무가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지구온난화 예방을 위해 거목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산
벌목된 산 (출처 flickr)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도 2018년 5월 24일 산림 지역에서 크고 오래된 나무 73종 308 개체의 생태적 기능을 조사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큰 나무 개체는 지름이 15~25cm 정도인 나무와 비교할 때 연간 탄소흡수량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설사 나무의 나이가 30살을 넘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숲의 나무들을 베어낼 명분은 되지 못합니다. 탄소는 나무에만 흡수, 저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림 내 토양은 더 많은 탄소 저장고입니다. 2017년 국내 연구 논문에는 표토층에 저장된 탄소량은 7000억 톤으로, 대기 7800억 톤과 식물 5500억 톤에 존재하는 탄소량과 비슷하거나 많은 양이므로 기후 변화를 저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유엔 식량농업기구 등은 토양 유실을 탄소 배출원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반론을 전부 무시할 정도로 늙은 나무를 뽑아내고 어린나무를 심는 것이 탄소 중림에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숲에 사는 동물 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입니다. 게다가 뽑아내려는 늙은 나무 3억 그루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정부가 지난 5년간 전국에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며 뽑은 나무가 약 300만 그루입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 30년간 3억 그루를 벌목하면, 5년간 5,000만 그루에 해당합니다. 태양광 벌목의 16배 수준입니다. 그리고 3억 그루라고 하지만 주변 소형 나무까지 포함하면 100억 그루가 사라진다는 전문가의 시각도 있습니다.

 

수령 30년짜리 나무는 목재로 활용도 어렵다고 합니다. 겨우 발전소에 땔감으로 사용하는 정도인데 이 역시 막대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또 민둥산을 만들면 토사 유출과 산사대 위험도 자연히 높아진다.

 

이와 같은 저항에 부딪힌 환경부는 산림청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오로지 탄소 중립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산림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산림청에서 오래된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낸다니,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울창한 숲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것만은 아닐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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